서연이(짱이) 출산후기



예정일 2009.3.23
출산일 2009.3.16
성별 여아 2.6kg
30세, 초산, 자연분만, 무통 ○, 촉진제 ○

 

 

3월 13일
배가 좀 아픈거 같아 화장실에 갔는데.. 갈색혈 큰 덩어리가 뚝하고 떨어졌다.
드디어 이슬을 본거 같아 마음이 들떠 집안 청소와 빨래를 하며 진통이 빨리 오길 기다렸다.

 

3월 15일
가진통만 오고, 아직 예정일도 좀 남았고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할꺼 같아
남편 사진 촬영하는데 따라갔다. 촬영이 끝나고 오랜만에 남편과 드라이브도 하고
공원으로 산책도 다녀왔다.

만삭의 몸으로 추운 날 돌아다녔더니 몸이 좀 힘들었다.
그래도 새벽에 잠도 안자고 남편이 무조건 찍어야 한다고 해서
집에서 만삭사진을 찍었다. (출산 하루 전..아니 출산 당일 새벽에 만삭 사진을 찍게 되버렸다. ㅋㅋ )

 

3월 16일

AM 9:00
전날 무리한 탓에 너무 피곤해서 잠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나 남편을 출근시키고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데
갑자기 배에서 퍽하는 소리가 났다. 순간 깜짝 놀라..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앉았는데..
뭔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로 가서 확인해보니 피가 섞인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힘도 안줬는데.. 계속 흐르고 있었다.
배는 아프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양수가 터진거 같아 따뜻한 물로 대충 샤워를 하고 병원 갈 준비를 했다.
샤워하고 나오는 도중에도 줄줄 흘렀다.출근하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양수가 터졌다고 말하고
급한 마음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계신 시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

 

AM10:00
병원에 도착해서 바로 분만실로 가서 양수가 터진거 같아서 왔다고 하니
간호사가 옷 다 벗고 가운만 걸치고 패드가 깔려진 침대위에 누워보라고 했다. 눕자마자 관장 실시!! -_-;
내가 본 출산후기들에선 관장은 진통도 좀 오고, 내진도 하고 상태 확인하고 제모와 함께 하던데..
그리고 담당 간호사와 함께 견학생인지 실습생들인지... 학생 4명이 같이 따라 들어와 관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배우고 있었다.-_-
진통도 없는 맨정신에 여러명이 보는 앞에서 관장을 하려니.. 참으로 민망했다.

관장약을 넣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갔다.. 볼일을 보고 난 후 분만대기실에 누워 촉진제를 맞고 진통이
오길 기다렸다.

 

AM 11:00
아직은 진통이 약하게 와서 참을만 했다.
멀뚱 멀뚱 누워 다른 산모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저렇게 되려나..
난 최대한 소리 지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출산한 산모들은 알겠지만.. 이런 생각은 참으로 바보같았다는 걸 곧 알게되었다.)

멀뚱 멀뚱 누워있는 나에게 담당 선생님이 촉진제가 쭉쭉 들어가도록 했다.
몇분 후 진통의 강도가 점점 세진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았다. 남편은 회사에 일 때문에 지금 바로 올수 없다고 했다. ㅜㅜ
같이 만든 아긴데 나 혼자만 아픈거 같아서 서러웠다.

 

AM 12:00
내진을 해보니 1cm열렸다고 한다. 진통이 몰려오는데 겨우 1cm라니..-_-;;
진통 간격을 재보려고 눈도 못뜰 만큼 아픈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체크하는데.. 3분,2분, 5분, 10분...
제멋대로인 진통 간격때문에 시간재기 포기!

아침도 못먹고 와서 기운도 없는데, 입까지 바싹 말라 입술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ㅜㅜ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수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AM 2:00
남편이 도착해서 옆에 앉아 손을 잡아주면서 말을 거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았다.
너무 아파서 눈도 못뜨고.. 온몸이 뒤틀리는 거 같았다.

 

AM 4:00
2시간 정도 흐른 후 다시 내진을 했는데 아직도 2.5cm 밖에 안열렸단다.
담당 선생님이 진행이 느리다고  이대로라면 무통주사 못맞는다고 하셨다.
무통주사를 못맞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아.. 이러다가 오늘 못낳는거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중 간호사가 알려준 호흡대로 하니 좀 덜 아픈거 같았다.
옆에서 남편도 진통이 올때마다 호흡하라며 계속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나도 모르게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더라...)

계속 되는 내진 때문인지 자궁문이 좀 더 열리고 아기가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무통주사도 맞을 수 있겠다고 준비하란다.
출산후기에서 봤던 무통 천국을 드디어 나도 만날수 있겠구나 싶었다.
무통주사를 맞으러 분만실 같은 수술실로 이동해야하는데.. 진통이 계속와서 침대에서 내려오는데도
한참 휠체어 타는데도 한참 걸렸다.

왠만해선 참고 빨리 이동해보겠는데... 도저히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무통을 맞고 돌아왔는데 약발이 나타나질 않았다..-_-;;
남들은 주사맞으면 얼마 후에 천국이라던데...

난 여전히 지옥이였다!!! 의사 선생님이 "약발이 오는데 3~5분 정도 걸려요. 기다려요" 하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진통은 오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ㅜㅜ

난 무통이 안듣는 인간인가 보다.. 흑...

남편은 내가 추워서 떠는 줄 알았는지 이불을 덮어준다.
땀나고 더운데도 온몸이 떨렸다. 안떨려고 해봐도 내몸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었다.

 

AM 5:00
무통주사를 맞고 미친듯이 떨면서 한 한시간쯤 진통을 참고 있는데
갑자기 진행이 빨라졌다고 이제 분만실로 가잔다!!

아기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 이 고통이 곧 끝나겠구나 싶어 넘 좋았다.
분말실 굴욕침대에 누워 마음에 준비를 하고, 소변줄을 꼽아 소변을 빼내고 제모를 한 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길 기다렸다.

선생님이 들어오시는데 얼굴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얼른 이 고통을 끝내주길..
다리를 붙잡고 힘을 주래서 난 정말 있는 힘껏 힘을 줬는데.. 왜 힘을 안주냐고 하신다..-_-;
보다못한 간호사가 마구마구 배를 눌러댄다. 아~ 몸속에 내장이 다 터지는줄 알았다.
숨도 못쉴정도로 마구 눌러댄다.

난 애낳느라 힘주는 것 때문에 소리를 지른게 아니고,
간호사가 내 배를 너무 세게 눌러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기를 몇분 물컹하면서 따뜻한 뭔가가 쑥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우리 아기가 태어났다!
그런데 남들은 아기가 나오면 그렇게 시원하다던데.. 난 시원하다는 느낌이 없었고,
그 후에 태반 빼내는것도 너무 아팠다.

회음부 꼬매는 동안 아기를 내 위에 올려주었다.
2.6kg으로 넘 작은 우리 딸이 눈 앞에 보이니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출산의 경험이지만..
우리 이쁜 서연이를 보니 그래도 행복하다~~




댓글